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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아워 3
    1. - 아무리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필요성을 알린다고 해도 국가 정책이 움질일 수 있는 파이는 정해져 있어요.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죠. 민주 국가에서 정책을 집행할 때 다양한 안건이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요. 시급했던 정책들이 미뤄지다 폐기되기도 하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예산 낭비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옳은 방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른걸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가 없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것 없이도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 없어 죽어나가는 목숨보다 더 많은 목숨이 걸린 중대 사안은 많을 것이다. 그것들조차 잰걸음을 하다 고꾸라질 수도 있다. 민주..
  • 골든아워 2
    1. 남자는 순하게 웃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칼에 인상이 더 부드러워 보였다. 얼마 전까지 이 지역을 장악하던 폭력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연상되지 않았다. 남자는 대량의 피를 쏟아내며 지옥문을 넘었다가 돌아왔다. 부서진 몸에 제 피보다 모르는 사람의 피를 더 많이 받아 명줄을 유지했다. 수술 시 혈액은 필수적인데 피의 주요 세포 성분은 아직까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공 핼액에 대한 수많은 연구는 답보 상태로, 의학의 정체구간이다. 결국 중증외상 환자는 수술 시 남의 피를 받아 넣어야만 한다. 물론 타인의 피는 짧으면 수일, 길어야 한 달이면 자신의 골수에서 만들어진 제 피로 갈음되지만, 거의 죽다 살아난 중증외상 환자들이 사고 전과 달리 좋은 방향으로 인성 변화를 보..
  • 골든아워 1
    1. 김훈 선생은 자신의 책을 두고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겸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바랐다.’ 라고 했다. 내게 는 나의 이야기였고, 팀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2. 이제 나는 외과 의사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뼛속 깊이 느낀다. 그 무게는 환자를 살리고 회복시켰을 때 느끼는 만족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터진 장기를 꿰매어 다시 붙여놓아도 내가 생사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거기까지다. ..
  •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4
    "나는 잔혹한 사람이 아니다. 양심적으로 거리낄 게 없다." -폴 포트가 생전에 남긴 인터뷰 중
  •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3
    1808년,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점령하고 그의 형 조제프 보나파르트, 즉 호세 1세를 국광으로 앉혀버립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예상과는 달리, 스페인 국민은 침략자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쳐 강력하게 저항했어요. 성난 민중들은 각종 무기나 몽둥이를 들고 매복했다가 불시에 나타나 나폴레옹군에 저항하는데, 여기서 '게릴라'라는 말이 유래합니다. ... 또한 나폴레옹의 지배하에 있던 시기, 스페인 민중들이 모여 카디스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앞으로 왕은 의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최초의 민주 헌법이었죠. 하지만 마드리드로 돌아온 페르난도 7세는 이 카디스 헌법을 완전히 무시했고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대립이 증폭되어 결국 내전이 발생합니다. 이시기 유럽을 휘감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