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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헤어짐보다 앞서라.
모든 것이 시작되는 거대한 심연을 생각하라.
가장 깊은 떨림을 주는 원천을 찾아라.

그러면 이 한 번뿐인 삶을 완전히 즐길 수 있을 테니.
  •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2
    ... 남베트남은 허무하게 없어지고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통일됐습니다. 북쪽에 의해 통일된 베트남, 그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남베트남을 합병한 북베트남은 민족 통일이라는 명분하에 남베트남의 공산화 작업에 착수합니다. 그 방식은 아주 성급하고 폭력적이었지요. 돈과 땅이 많거나, 남베트남이나 미국과 조그만 연관만 있어도, 노동 수용소에 끌려가 사상 교육을 받으며 죽을 때까지 강제 노동을 당했습니다. 수용소에 끌려간 대부분은 특권층도 아닌 평범한 중산층이었어요. 가난한 베트남에 얼마 남아 있지도 않은 특권층은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 이미 나라를 떴거든요. 수십 년간 남베트남 공산화에 공을 세운 베트콩들도 '인간 개조 학습소'에 수감됐어요. 그 이유는 첫째, 배신자들은 한 번 배신하면 계속 배신..
  •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1
    제가 역사의 재미에 처음 눈뜨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라는 말, 다들 들어보셨지요? 사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이기적인 선택은 반드시 후회를 불러일으키고,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고, 그렇기에 이 관점으로 과거의 사건을 본다면, 현재의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파친코
    1. 아버지의 수수한 사무실에는 회색 금속 선반들이 늘어서 있었고 벽을 따라 놓인 수납장 위에 서류 파일이 쌓여 있었다. 각종 문서와 당일 영수증을 보관하는 금고 세 개가 높은 창문 아래에 있었다. 모자수는 30년 넘게 책상으로 쓰고 있는 낡은 떡갈나무 탁자 뒤에 앉아 있었다. 노아가 그 탁자에서 와세다대학교 입학시험 공부를 했고 도쿄로 떠나면서 모자수에게 물려주었다. "아빠." "솔로몬." 모자수가 외쳤다. "별일 없지?" "피비가 떠났어요." 아버지에게 말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솔로몬이 빈 의자에 앉았다. "뭐라고? 왜? 네가 일자리를 잃어서?" "아뇨. 전 피비랑 결혼할 수 없어요. 일본에서 살겠다고 말했어요. 파친고에서 일하면서요." "뭐? 파친코에서? 아니, 안 돼." 모자수가 고개를 저었다..
  • 노인과 바다 (바다거북을 모질게 대했다.)
    노인은 여러 해 동안 바다거북잡이 배를 탄 적이 있긴 하지만 바다거북에 대한 신비감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바다거북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길이가 조각배만 하고 무게가 일 톤이나 되는 거대한 장수거북을 봐도 그랬다. 바다거북은 난도질을 당하고 도살을 당한 후에도 몇시간 동안이나 심장이 뛰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거북을 모질게 대했다. 노인은 자기도 그런 심장을 갖고 있고 바다거북 같은 손과 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하얀 바다거북 알을 먹곤 했다. 9월과 10월에 커다란 물고기를 낚을 힘을 기르기 위해 5월 한달 내내 바다거북 알을 먹었던 것이다.
  • 노인과 바다 (운을 맞을 준비)
    해가 바다 위로 희미하게 떠오르자 해안 쪽에 있는 다른 고깃배들이 조류를 가로질러 물 위에 야트막하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날이 점점 더 밝아오면서 눈부신 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거렸다. 해가 완전히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자 잔잔한 해수면에 햇살이 반사되는 바람에 눈이 따가웠다. 그래서 노인은 해가 있는 쪽을 보지 않고 노를 저었다.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니 낚싯줄이 어두운 물속으로 똑바로 드리워져 있었다. 만류의 깊이에 따라 어두운 정도가 달라도 주변을 지나가는 고기가 있으면 정확한 지점에서 반드시 미끼가 고기를 기다릴 수 있도록 노인은 그 누구보다 줄이 똑바로 내려가 팽팽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다른 어부들은 해류에 낚싯줄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니도록 내버려두었기ㅣ 때문에 줄이 수심 백 길 아래에 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