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 일상

1. 첫댕댕이를 보내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중에 죽으면 댕댕이가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 위로의 의미로 해줬겠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싫었다. 그리고 우리 댕댕이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가족 밖에 모르던 녀석이, 착해 빠진 녀석이 빨리 오라고도 못하고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너졌다. 엄마 옆에서 자고, 아빠 무릎에서 쉬고, 언니랑 산책하는 날만을 그릴텐데 그곳이 천국인들 외롭지 않을까. 그러니 다 잊고 지내주길.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아이니까 좋은 주인을 따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길. 기억하는 건 내가 다 할테니, 너에게 받은 건 기쁨 밖에 없으니 그 기억은 온전히 내가 다 가지고 만나러 갈테니, 다 잊어도 기억해달라 바라지 않을테니 그저 고마웠다 인사만 한마디 건낼 수 있기를. 그저 행복하길.

 

가을이 오면 네가 가장 좋아하던 산책길에 네가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을 두고 오는데 혹시 알고 있니?

 

 

2. 날이 추워지면서 모기들이 슬슬 실내로 들어오나보다. 같은 공간에 몇명이 있던 모기는 물리는 사람만 물리는데 그게 바로 나다. 어디에 누구와 있던 모기는 날 찾아온다. 망할 녀석들.

 

 

3. 계절이 바꼈으니 옷을 사러가야하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가을 옷도 못샀는데 이제 겨울 옷 팔겠지. 쇼핑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늘 입는 옷이 정해져있고 쇼핑을 하러가도 무난한 옷을 사고 바로 나온다. 옷 고르는 법을 모르는 건가 싶어 친구들이랑 몇번 가봤는데 그 텐션을 따라 갈 수 없었다. 옷을 사는 일에도 사람마다 이렇게 스타일이 다르다.

 

 

4.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책을 사진 않는다.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읽는 타입이라 어느 책이 작품성이 있는지 골라내는 눈도 없고 이미 읽을 책을 또 읽고 싶다 생각한 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 한 두 권 책을 사곤 한다. 이미 읽은 책 중에서 내 가치관에 변화를 준 책이라던가, 적어도 10번은 넘게 읽겠다 싶은 책이라던가, 깊은 위로가 담긴 책이라던가. 일년에 2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사는 책은 고작 2,3권이다. 그래도 책장이 점점 채워지고 있다는게 기쁘다.

 

 

5. 안경을 다시 맞춰야 겠다. 예전보다 선명하지 않은 걸 보니 시력이 떨어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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