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둑갈매기나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새들을 제외하면 새들이 사람보다 더 팍팍한 삶을 살고 있지, 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바다가 얼마나 잔인한데. 제비갈매기같이 여리고 조그만 새들은 왜 생겨났을까? 바다는 친절하고 무척 아름다워. 하지만 바다는 무척, 그리고 갑자기 잔인해질 수 있는 곳이어서 조그만 목소리를 내고 자맥질해가며 먹잇감을 찾아 날아다니는 새들은 바다에서 살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창조됐지.
2. 노인은 바다를 늘 '라 마르(la mar)'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바다를 사랑스럽게 여길 때 부르는 스페인어다. 바다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가끔 바다에 대해 험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길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사람들은 바다가 여자인 듯이 말했다. 젊은 어부들 가운데 한때 상어 간으로 큰돈을 벌어 산 모터보트를 타고 낚싯줄에 부표를 매달고 낚시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남성으로 취급해 '엘 마르(el mar)'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바다가 마치 경쟁 상대거나 어떤 장소거나 심지어 적인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노인은 바다를 늘 여성으로, 큰 부탁을 했을 때 그걸 들어주거나 거절하는 존재인 양, 천성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납고 모진 짓을 하는 존재인 듯 여겼다. 여자처럼 바다도 달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