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라키의 심리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무라마쓰의 얘기를 들었을 때, 하이타니라는 자에 대해서는 고다이도 심한 혐오감이 들었다. 아마도 구라키는 지독히 굴욕적인 일을 당했을 터였다. 욱해서 칼로 찔러버렸다, 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의 행동인데, 원래 선량하던 인간이라도 선뜻 자수하지 못한 채 이래저래 망설이는 건 일반적인 심리일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구라키도 자수하기로 결단을 내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엉뚱한 사람이 체포되는 사태가 그의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인간이란 약한 동물이다. 속이고 넘어갈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라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